이제 더 이상 기술의 진보를 맹신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자동차의 변화를 통해 체감하게 됩니다. 어쩌면 미래는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의 시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원시 인류는 불을 피우고, 집을 짓고, 사냥을 하고, 스마트폰 없이도 길을 찾는 등 수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발명품들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퇴화시키고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일론 머스크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생각하는 자동차’를 만들어냈습니다. 주차, 전화, 제동, 음악 감상, 그리고 문 잠금까지 운전자를 돕는 똑똑한 기능들이었습니다.
그 결과, 테슬라 운전자들은 수많은 기본적인 기술들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특정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대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삶이 계속해서 편리해지는 한, 낡고 불필요해진 지식은 사라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후퇴가 일어날 때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가령, 머스크가 대의를 저버리는 선택을 하고, 기존 테슬라 운전자들이 원칙적인 이유로 다른 자동차로 갈아타기로 결심하는 상황처럼 말입니다.
진보에서의 후퇴: 새로운 자동차와의 조우
테슬라 이후 우리의 새로운 차는 같은 전기차인 BMW였습니다. 하지만 이 차는 테슬라에 비해 무겁고, 복잡했으며, 운전하기 피곤했습니다. 핸들 주변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버튼이 즐비했고, 주행 중에는 너무 많은 디스플레이에 과도한 정보가 표시되었으며, 불필요한 소음도 많았습니다. 특히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머스크의 위성 기반 기술이 제공하는 정확성에 비하면 해독에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고대의 암호판과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BMW와 함께 5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자동차 키’가 돌아왔습니다. 테슬라는 스마트폰만 가까이 있으면 문이 열렸습니다. 이론적으로 BMW도 그 기능이 가능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열쇠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 열쇠는 어딘가에 꽂을 필요 없이,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 부적과도 같았습니다. 차에 탈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내릴 때는 이 ‘부적’을 챙기는 데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했습니다. 5년간의 테슬라 경험은 저의 그런 기본적인 주의력을 앗아갔습니다.
기술 의존의 위험성과 미래
결국 저의 부주의로 차를 도난당했고, 보험사는 과실을 이유로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BMW는 우리에게 기술의 진보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을 돕는 기계를 맹목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한, 인간의 기본적인 상식과 능력이 퇴화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는 지금, 맹목적인 신뢰는 더 이상 현명한 전략이 아닙니다.
BMW는 저에게 지도를 다시 읽는 법을 (거의) 되찾게 해주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중요한 전화번호를 다시 외우고, 자전거 자물쇠를 위한 열쇠 꾸러미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일지도 모릅니다.
More Stories
여론조사 전화, 매일 받는다면 이렇게 차단하세요
김우빈 신민아, 10년째 변함없는 사랑…‘공개 데이트’로 증명된 굳건한 관계
이상엽, “처음 만남부터 결혼까지… 약 1년 4개월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