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의 작품 450점을 한 전시회에서 소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는 마치 미로처럼 복잡한 구성 속에서 그녀의 작품 세계를 탐험하도록 유도하며, 관람객에게는 한 작품씩 천천히 감상할 것을 권한다.
1923년 뉴욕의 부유한 네메로프 가문에서 태어난 다이앤 아버스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남편 앨런 아버스와 함께 가족 소유 백화점의 광고 사진을 찍으며 사진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결혼과 공동작업을 끝낸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만난 평범한 이들뿐 아니라 서커스 단원처럼 이색적인 인물들을 일부러 찾아가며, 불안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인물 사진을 남겼다.
그녀의 작품은 잡지 연재와 함께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1967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전시회 ‘뉴 도큐먼트(New Documents)’에서는 중심 작가로 참여했다. 하지만 아버스는 생전에 전시용 인화는 많이 제작하지 않았고, 상징적인 포트폴리오인 ‘10장의 사진 상자(A Box of Ten Photographs)’도 단 4세트만 판매했다. 이 포트폴리오에는 뉴저지 로젤의 쌍둥이 자매와 브롱크스 자택에서 찍은 유대인 거인 사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 1971년, 그녀는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아버스의 전기 작가인 아서 루보는 2003년 그녀를 “두려움 없고 끈기 있으며 동시에 취약한 인물”이라고 평가했고, 그녀 앞에서 사람들은 마음을 열었다고 전했다. 아버스 자신도 생전에 “사진은 비밀에 관한 또 다른 비밀이다. 많은 것을 말할수록 실제로는 덜 알게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진행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 ‘Diane Arbus: Constellation’이 관람객에게 불안함을 안겨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사진가 닐 셀커크가 남은 네거티브를 이용해 만든 모든 흑백 젤라틴 프린트를 포함한다.
아버스의 연인이자 예술감독이었던 마빈 이스라엘은 그녀의 사후 유작집을 준비하며 닐 셀커크를 인화자로 선택했고, 지금까지도 아버스 유족 측에서 유일하게 인화 권한을 인정한 인물이다. 50년 넘게 이어진 이 작업은 총 454장의 강렬하고 집요한 이미지로 이어졌다. 뉴저지의 쌍둥이, 삼둥이, 가면을 쓴 아이, 누드 모델, 문신을 한 남성, 뺨에 핀을 꽂은 인물, 칼 삼키는 곡예사, 춤추는 커플, 그리고 어색한 유명인들까지 그녀의 카메라는 다양한 인물들을 포착했다.
이 모든 사진들을 한꺼번에 마주하는 경험은 다소 압도적이다. 특히 전시장의 조명과 그림자가 다소 과장된 듯한 연출을 더하며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큐레이터 마티유 위메리는 2023년 프랑스 아를의 루마 재단 전시에서도 동일한 구성을 사용했다. 전시 디자인은 창의적이고 정돈되어 있지만, 기자 역시 관람 초반에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사진들은 자유롭게 세워진 금속 격자 구조물에 불규칙하게 배열되었으며, 흐릿한 거울이 일부 공간에 배치돼 신비로움을 더한다. 각 사진에는 번호가 붙어 있어 체크리스트와 연동되지만, 리스트 자체는 무작위 순서이며 전시장 배치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로젤의 쌍둥이 자매나, 센트럴파크에서 수류탄 장난감을 든 소년, 뉴저지 침실에서 찍힌 삼둥이 사진 등을 발견할 때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닌, 다이앤 아버스라는 인물과 그녀의 시선,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면성을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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