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월 2026

역사의 한복판에서 삶의 이면까지: ‘하얼빈’과 ‘아이 캔 온리 이매진 2’

오는 2월말, 극장가는 비장한 역사의 현장과 깊은 내면의 성찰을 다룬 두 편의 신작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첩보 스릴러의 문법으로 재해석한 대작 ‘하얼빈’과, CCM(현대 기독교 음악)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바트 밀라드의 그 이후 이야기를 담은 ‘아이 캔 온리 이매진 2’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각각 국가의 운명과 개인의 삶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의 고난을 다루고 있지만, 역경 앞에서도 멈추지 않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있다.

첩보물의 긴장감으로 되살아난 1909년의 하얼빈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은 시작부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초반, 하얼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는 부하에게 조선 합병을 미룬 이유를 설명하며 조선 백성의 끈질긴 생명력을 경계한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그의 대사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서늘한 울림을 준다.

영화는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전투의 승리부터 1909년 하얼빈 의거까지의 1년여를 촘촘히 쫓는다. 흥미로운 점은 안중근(현빈 분)을 단순한 영웅이 아닌, 고뇌하는 인간이자 냉철한 리더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포로 석방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다 동료를 잃고, 그 과정에서 피어난 불신과 의심을 안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여정은 흡사 정교한 스파이물을 연상케 한다. 안중근과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이창섭(이동욱), 그리고 최재형(유재명) 등 독립군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밀정을 색출해내는 과정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기생충’, ‘곡성’ 등을 작업한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이러한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적용된 1.9:1 아이맥스 포맷은 라트비아와 몽골 로케이션을 통해 구현된 블라디보스토크의 세기말적 풍경과 만주의 황량함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담아냈다.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안중근의 고독한 모습이나, 진흙탕 속 육탄전의 질감은 관객이 그 추위와 고통을 체감하게 만든다. 다만, 구도자처럼 묘사된 안중근의 캐릭터가 기존 상업 영화의 전형적인 카리스마와는 결이 달라, 블록버스터 특유의 폭발력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안중근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역경 앞에서도 독립권을 회복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은 시대를 초월하여 ‘민주주의’라는 현재의 가치로 치환되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꿈을 이룬 그 다음, 삶의 불협화음을 연주하다

‘하얼빈’이 역사의 거대한 파도를 넘는 이야기라면, 2월 20일 개봉하는 ‘아이 캔 온리 이매진 2’는 인생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파도를 마주한 한 가장의 이야기다. 전편에서 메가 히트곡 ‘I Can Only Imagine’을 탄생시키며 성공과 사랑, 그리고 아버지와의 화해까지 이뤄낸 바트 밀라드(J. 마이클 핀리 분). 그는 겉보기에 모든 것을 가진 듯하다. 밴드 머시미(MercyMe)는 성공했고, 고교 시절 연인 섀넌과 결혼해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러나 영화는 “꿈을 이룬 뒤에는 무엇이 오는가?”라는 질문으로 2막을 연다. 정답은 바로 ‘현실’이다. 아들 샘이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서 바트의 삶은 다시금 요동친다. 아들과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아내와의 사이도 예전 같지 않다. 밴드 역시 후속 히트곡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며 정체기에 빠진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왜 모든 것이 이토록 힘든가?”라는 바트의 절규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인생의 슬럼프를 대변한다.

앤드루 어윈과 브렌트 맥코클 감독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시 한번 ‘투어’를 선택한다.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떠난 투어 길에는 아픈 아들 샘이 동행하게 되고, 엉뚱하지만 선한 성품의 오프닝 가수 팀 티몬스(마일로 벤티밀리아 분)가 합류한다. 바트는 이들과의 여정 속에서 슬픔과 감사의 균형을 배우며, 진정한 아버지이자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간다. 특히 데니스 퀘이드를 비롯한 출연진의 안정적인 연기가 극의 몰입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