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사진계의 권위 있는 행사인 ‘마크 건터 사진상(Mark Gunter Photo Awards)’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며 2025년 접수를 시작했다. 접수 시작 일주일 남짓 지난 현재, 벌써부터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과 역동적인 클로즈업 등 사이클링 스포츠의 매력을 포착한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15년 식도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호주의 저명한 사진작가 마크 건터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그의 아내 리앤 가티엔(Leeanne Gatien)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참가비 수익금은 암 연구 단체인 ‘투어 드 큐어(Tour de Cure)’에 기부되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문가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양성이 보여주는 시사점
올해 출품작 갤러리에서는 프로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및 스마트폰 부문의 사진들도 눈에 띈다. 이 다양한 작품들은 사진의 본질이 장비의 스펙보다는 순간의 포착에 있음을 증명한다. 출품을 원하는 참가자는 2026년 1월 4일 일요일 오후 11시(호주 동부 표준시 기준)까지 접수할 수 있으며, 마크 건터 웹사이트를 통해 좋아하는 작품에 투표하고 기부에 동참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공모전의 ‘스마트폰 부문’ 출품작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품질은 현대 카메라 시장의 ‘고화소 경쟁’에 대해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다.
끝없는 화소 전쟁과 2400만 화소의 재발견
신형 카메라가 발표될 때마다 제조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더 높은 화소 수를 전면에 내세운다. 과거 전문가 영역으로 여겨지던 스펙이 이제는 ‘입문용’으로 치부되고, 4500만, 6000만, 심지어 1억 화소는 되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식의 마케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진의 4분의 3을 잘라내고도 대형 갤러리 인화가 필요했던 순간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야생 동물이나 스포츠 촬영 등 극단적인 크롭이 필요한 특수 분야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사진 작업에서 2400만 화소(24MP)는 충분함을 넘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사진이 소비되는 진짜 환경
우리가 촬영한 사진이 실제로 어디서 소비되는지를 살펴보면 고화소의 허상은 더욱 명확해진다. 대부분의 사진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데, 이곳에서 이미지는 100~200만 화소 수준으로 압축된다. 가정용 디스플레이의 표준인 4K TV조차 약 830만 화소에 불과하다. 즉, 2025년 현재 대다수의 사진은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촬영 단계에서 확보한 거대한 화소 정보는 뷰어의 눈에 닿기도 전에 수학적으로 폐기되는 셈이다. 이는 곧 불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고화소가 불러오는 보이지 않는 비용과 작업 효율
화소가 높아질수록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2400만 화소의 RAW 파일이 25~30MB 수준인 데 비해, 6000만 화소 파일은 무손실 압축 시에도 80MB, 비압축 시 100MB를 훌쩍 넘긴다. 이는 저장 장치 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사진 관리 시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의미한다. 라이트룸(Lightroom)과 같은 편집 프로그램에서의 작업 속도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스포츠나 야생 사진가들에게는 고화소 데이터 처리가 버퍼 용량을 잡아먹어, 결정적인 순간에 셔터를 누르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인화 사이즈와 관람 거리의 상관관계
흔히 대형 인화를 위해 고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오해인 경우가 많다. 2400만 화소 파일은 20×30인치 크기로 인화해도 충분히 선명한 품질을 보여준다. 핵심은 ‘관람 거리’다. 인화물의 크기가 커질수록 관람객은 더 뒤로 물러서서 감상하게 되며, 이때 눈이 필요로 하는 인치당 해상도는 낮아진다. 빌보드 광고 사진가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이 이치에 따르면, 일반적인 갤러리나 가정용 전시에서는 2400만 화소로도 차고 넘치는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사진의 가치는 화소 수라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마크 건터 사진상의 출품작들처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시선에 달려 있다.
More Stories
하노이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 ‘음악의 섬’ 착공
현실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노바디 2’ 속편의 귀환
다이앤 아버스: 아모리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시선의 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