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0월 2025

지구보다 큰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의 심장부와 태초의 비밀을 밝히다

최첨단 관측 기술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구보다 큰 가상 전파 망원경은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심장부에서 쌍성 블랙홀의 증거를 포착했으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우주 최초의 별이 암흑 물질로 빛났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천문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수수께끼 은하 OJ 287의 숨겨진 심장부

지구로부터 약 50억 광년 떨어진 은하 OJ 287은 150년 이상 천문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온 천체입니다. 이 은하의 불규칙한 밝기 변화는 중심부에 두 개의 거대 블랙홀이 서로 공전하며 합쳐지는 과정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습니다. 최근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에프탈리아 트라이아누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이 은하의 중심부를 전례 없는 해상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하며 새로운 국면을 열었습니다. 연구팀은 우주 기반 전파 망원경을 활용하여 은하 중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플라스마 제트가 날카롭게 휘어진 구조를 최초로 관측했으며, 이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의 극한 환경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초고온 플라스마 제트와 충격파의 발견

OJ 287은 강력한 에너지와 밝기를 특징으로 하는 활성 은하의 일종인 ‘블레이자(blazar)’로 분류됩니다. 중심부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고, 그 일부를 막대한 양의 방사선, 열, 자기장, 그리고 중입자로 가득 찬 거대한 플라스마 제트 형태로 우주 공간에 분출합니다. 트라이아누 박사는 “이번에 얻은 이미지는 OJ 287 은하에서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세부 구조를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미지는 은하 중심 깊숙이 파고들어 날카롭게 구부러진 리본 형태의 제트 구조를 드러냈으며, 일부 영역의 온도는 약 10조 켈빈에 달해 블랙홀 근처에서 얼마나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제트를 따라 새로운 충격파가 형성되고 충돌하는 현상을 감지했으며, 이는 2017년에 관측된 이례적인 감마선 신호에서 나타난 수조 전자볼트 에너지 준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지구보다 거대한 가상 망원경의 위력

이 놀라운 이미지를 얻기 위해 연구팀은 지상-우주 간 전파 간섭계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스페크트르-R 위성에 탑재된 10미터 크기의 라디오아스트론 임무 안테나와 전 세계 27개의 지상 관측소를 연결한 것입니다. 이 관측소들의 신호를 결합함으로써 연구팀은 사실상 지구 지름의 5배에 달하는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이미지의 경이로운 해상도는 빛의 파동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서로 다른 위치에서 온 빛의 파동이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입니다. 이 간섭계 이미지는 OJ 287 은하 내부에 쌍성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며, 두 블랙홀의 움직임이 플라스마 제트의 형태와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트라이아누 박사는 “이 은하의 특별한 속성 덕분에 블랙홀 병합과 관련 중력파 연구를 위한 이상적인 후보가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주 최초의 별, 암흑 물질로 빛났을까?

한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새로운 관측 데이터는 우주론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빅뱅 이후 약 수억 년 후, 광활한 수소와 헬륨 구름에서 탄생한 우주 최초의 별들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핵융합 방식이 아닌, ‘초거대 암흑 별(supermassive dark stars)’이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별들은 암흑 물질의 소멸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빛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초기 우주 은하들이 예상보다 밝았던 이유와 최초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기원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가설입니다. 미국 콜게이트 대학의 코스민 일리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극도로 멀리 떨어진 4개의 천체가 과학자들이 예측한 초거대 암흑 별의 모습 및 분광 특징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암흑 별’ 이론과 유력 후보 천체들

‘암흑 별’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부풀어 오른 구름과 같은 형태로, 내부에서 소량의 암흑 물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며 소멸할 때 방출하는 에너지에 의해 중력 붕괴에 저항하며 유지되는 별입니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의 캐서린 프리제 교수가 2008년에 처음 제안한 이 이론은, 이러한 별들이 초기 우주에서 거대하게 성장한 뒤 결국 초거대 질량 블랙홀로 붕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암흑 물질은 우주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정체는 여전히 현대 과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IMP)’인데, 두 개의 WIMP가 충돌하면 서로 소멸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 에너지가 초기 우주의 밀도 높은 암흑 물질 헤일로 내 수소 구름을 가열시켜 밝게 빛나는 암흑 별을 탄생시켰을 것이라는 게 이론의 핵심입니다.

결정적 증거와 우주론의 새로운 지평

연구팀은 JWST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여 JADES-GS-z14-0, JADES-GS-z14-1 등 가장 멀리 떨어진 4개의 천체가 모두 초거대 암흑 별 해석과 일치함을 발견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빅뱅 후 불과 3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적색편이 14)에 존재했던 천체입니다. 특히 이들 중 한 천체에서는 암흑 별의 존재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smoking gun)’로 여겨지는 특징이 관측되었습니다. 바로 별의 대기 속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이온화된 헬륨으로 인해 발생하는 1640옹스트롬 파장의 흡수선입니다. 프리제 교수는 “태양 질량의 백만 배에 달하는 이러한 초기 암흑 별들은 암흑 물질에 대해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그 기원을 설명하기 어려웠던 초기 우주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전구체로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발견은 암흑 물질의 본질을 규명하고 우주 최초의 거대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