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9월 2025

엔비디아-OpenAI 대규모 투자 발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강타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개발사 OpenAI에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화요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이번 소식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랠리를 촉발시켰으며, 긍정적인 투자 심리가 글로벌 반도체 부문 전체, 특히 엔비디아와 관련된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엔비디아와 OpenAI의 이번 거래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선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OpenAI는 400만에서 500만 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해당하는 10기가와트(GW)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엔비디아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포할 계획입니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이어진 반도체 랠리

엔비디아발 훈풍은 아시아 증시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칩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TSMC 주가가 3.5% 상승 마감했습니다. 일본에 상장된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 도쿄 일렉트론 역시 상승세로 장을 마쳤습니다.

한국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엔비디아 시스템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5% 이상 올랐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1.4% 상승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직접 공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공급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유럽 증시에서는 일부 혼조세가 나타났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었습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피니언, BE 세미컨덕터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장 초반 강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반도체 장비 업체 ASM 인터내셔널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이는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를 만드는 ASML과 같은 다른 장비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퀼터 체비오트의 글로벌 기술 분석가 벤 배린저는 “결론적으로 반도체는 여러 공급업체가 존재하는 광범위한 시장”이라며, “한 명의 승자만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화려한 성공 뒤의 그림자: 중국의 ‘저사양 칩’ 거부

이처럼 엔비디아가 AI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과시하는 동안, 핵심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엔비디아는 고성능 H20 라인업의 성능을 낮춘 B40 시리즈 칩을 중국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미국산 칩에 대한 의존도를 유지하게 하려는 일종의 타협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저사양 칩’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주요 기술 기업들에게 해당 칩의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고 칩의 안전성 및 보안 위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분쟁을 넘어 글로벌 기술 정치의 중대한 전환점을 시사합니다.

‘기술 의존’에서 ‘기술 자립’으로: 중국의 전략적 전환

수십 년간 중국의 기술 발전은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첨단 AI 칩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를 단행하면서 중국 내부의 기류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워싱턴은 고성능 칩은 금지하되 성능을 낮춘 버전은 허용함으로써 중국의 기술 발전을 늦추면서도 완전한 단절은 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이 간과한 것은 이러한 정책이 기술 의존에 대한 중국 내부의 논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였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산 하드웨어에 대한 의존이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고의 기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자 ‘기술 자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중국이 성능이 저하된 엔비디아 칩을 거부한 것은 상징적이면서도 전략적인 결정입니다. 이는 미국의 기술적 통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자국산 칩이 이미 저사양 엔비디아 모델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는 자신감을 반영합니다. 화웨이,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습니다.

미-중 기술 전쟁의 새로운 국면과 시사점

중국의 이번 결정이 미치는 파장은 상당합니다. 엔비디아에게는 즉각적인 매출 손실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더 넓게는 미국 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심화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미국 정부에게 이번 사건은 부분적인 제재를 통해 중국의 기술 의존도를 조절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과거에는 ‘의존’으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취약점’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국의 정치적, 전략적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저사양 칩’ 구매 거부는 단순한 조달 결정을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