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2025

서울·인천 뒤덮은 ‘러브버그’…해롭지 않지만 혐오감은 여전

인천 계양산 등산로 점령한 러브버그

매년 여름 반복되는 ‘러브버그(학명: Plecia nearctica)’의 침공이 다시 시작됐다. 최근 인천 계양산 일대는 러브버그 떼로 뒤덮였고, 이들의 사체가 등산로와 계단에 수북이 쌓여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주말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러브버그에 대한 목격담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으며, 영상 속 곤충들은 등산객들의 모자, 옷, 배낭에 달라붙은 채 떼 지어 날아다녔다.

한 이용자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죽은 러브버그가 바닥에 가득했고, 얼굴에 날아드는 벌레들 때문에 거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숨 쉬기도 힘들었다. 등산이 아니라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토요일 계양산을 찾았던 인천 부평 거주자 김재웅 씨(30대)는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니 벌레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며 “정상에 도달한 사람들은 벌레 때문에 서둘러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촬영한 영상에서는 러브버그 떼가 상반신에 달라붙는 모습이 담겼고, 전기 모기채로 쫓아내려는 모습도 확인된다. 또 다른 영상에는 벤치 주변에 쌓인 러브버그 사체가 흙더미처럼 보이며, 작은 삽으로 퍼낼 수 있을 만큼 쌓여 있었다.

러브버그, 왜 갑자기 급증했나?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남동부, 오키나와, 대만 등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등 수도권 전역에서 대규모로 출현하고 있다. 이 곤충은 짝짓기 중에 수컷과 암컷이 붙어 날아다니는 독특한 행동으로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고온다습한 환경을 선호해 보통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주로 관찰된다. 그러나 올해는 이례적인 고온과 빠른 장마로 인해 6월 중순부터 조기 출현했다.

기후 변화와 도시 개발로 인해 산림 지역의 생태계가 바뀌면서 러브버그가 북쪽으로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은 도시열섬 현상으로 평균 온도가 높아져 러브버그에게 매력적인 서식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생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민 불만 고조

서울시와 인천시에 따르면 러브버그와 관련된 민원이 지난해에만 9,296건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4,418건)의 두 배 이상이다. 올해 인천에서는 하루 만에 1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의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바퀴벌레와 빈대에 이어 혐오도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방제 방법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러브버그는 외형은 혐오스럽지만 꽃가루를 옮기고, 유충은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유익한 곤충”이라고 설명하며, 화학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다른 생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 수돗물 분사, 야외 조명 주변에 끈끈이 트랩 설치, 밝은 색 옷 대신 어두운 옷 착용 등을 권장하고 있다.

생물학적·자연적 방제 병행 중

정부는 생태계 피해를 줄이면서 러브버그 유충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곰팡이 기반 생물학적 살충제를 개발 중이다. 아울러 까치와 참새 등 일부 조류가 러브버그를 먹이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